서울시가 '2030 역세권 청년주택'의 고가월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민간임대주택을 준월세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에 따른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복사판'이란 오명을 벗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23일 "역세권 2030 민간임대주택 계약 시 전체 임대료의 30% 이상을 보증금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건물주 자율의사에 맡겨놨던 임대 보증금률을 '최소 30% 이상'으로 정해놓으면 청년주택 입주자들에게 월세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시 관계자는 "청년주택 입주자가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 70% 이하라면 시에서 보증금을 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로 지원받을 수 있다"며 "그동안 고가월세라는 지적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을 2만5852호 규모로 연내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공공임대(전용 45㎡ 이하)는 4830호, 민간임대(전용 60㎡ 이하)는 2만1022호다.
시범 사업지인 한강로2가 용산구 백범로99가길 22 일원(공공임대 371세대·민간임대 717세대)과 충정로3가 서대문구 경기대로 18 일원(공공임대 49세대·민간임대 450세대) 등 두 곳은 착공에 들어갔다.
시는 이 사업을 위해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지원 ▲사업절차 간소화 ▲이자차액 보전과 세액감면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 등을 지원한다.
그러자 무분별한 역세권 난개발과 개발이득을 노린 투기 유입, 용도지역 상향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청년주택이 민간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특히 전체 공급 규모 중 공공임대는 19%에 불과하고 민간임대가 8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뉴스테이 복사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 스스로 "뉴스테이와 같은 개념"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년층 주거불안 해소 및 주거안정이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정책 발표 직후부터 고가 월세 논란, 민간사업자 특혜시비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시는 초기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며 고가월세 논란에 반박하고 있다. 공공임대는 60~80%, 민간임대는 90% 이하 수준에서 토지주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역세권 주변 시세가 워낙 비싼 데다 민간임대는 8년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면 고가의 월세 주택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시범사업 지역인 한강로2가의 전용면적 50㎡ 오피스텔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으로 나타났다. 충정로역 일대 역시 전용면적 59㎡ 기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만원 수준이다.
시범 사업지인 삼각지와 충정로는 3종 주거지에서 각각 상업용지와 준주거로 변경되면서 해당 부지의 주변 토지 가격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시범지구 용도변경으로 인해 720억원이었던 삼각지 부지는 3471억원으로 4.8배 상승했다. 충정로 부지의 경우 517억원에서 904억원으로 1.8배 올랐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 우미경 의원은 "이름만 청년주택"이라며 "소득대비 임대료 부담을 분석한 결과 등을 볼 때, 청년층이 부담할 수 없는 고가 임대료가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이 국토연구원 2014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80%수준으로 공급한다 가정해도 월소득대비 임대료 비율은 20~29세 이하 29.8%, 30~39세 이하 20.7%로 나타났다.
우 의원은 "청년주택 민간임대의 보증금률을 30%로 확정할 경우, 그 보증금이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청년들에게 임대료 보증금 전환율보다 저렴한 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역세권이라 주변 시세가 높은 상황에서 보증금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 임대료 자체를 낮춰야 한다"며 "청년주택 개발로 주변 시세까지 올랐다. 그걸 핑계로 청년주택 임대료도 올리는 상관효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사업자는 용도지역 상향 등으로 향후 토지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이 예상된다. 시로부터 그 정도 특혜를 받았다면 민간사업자는 임대료를 더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 :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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